해외 투자자들까지 엘리엇 요구 일축, 경쟁력 키워 보답하라는 요구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현대자동차가 22일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에 압승을 거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요 투자자들이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할 정도로 현대자동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신뢰를 보내준 결과다.

그렇다면 이제 이 그룹의 차세대를 이끌어갈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주총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다.

주주들의 신뢰를 받았으니 이제 삼성동 한전 부지 같은 땅을 더 사들여도 되느냐다.

이번 주총과정에서 현대자동차는 국내 재벌 중에서도 국민연금의 ‘편애(?)’를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에 대해서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면서도 현대자동차에 대해서는 정 부회장을 적극 뒷받침하면서 엘리엇에 함께 맞섰다.

또 해외투자자들도 이사 선임에 대해 일부 의견이 엇갈리기는 했어도 배당금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정 부회장에 힘을 몰아줬다. 외국자본은 모두 합세해 한국 기업 경영권을 뺏어갈 것이라는 재계 일각의 피해망상이 또 한 번 무색해진 장면이기도 하다.

특히 ISS와 글래스 루이스 등 해외 투자자들이 엘리엇의 배당금 요구를 일축한 근거를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첨단 기술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배당금을 과도하게 지급해 연구개발(R&D) 여력이 위축돼서는 안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절대적인 R&D 금액뿐만 아니라 비율에서도 현대차의 R&D 비율이 충분히 높다고 할 수 없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지난해 3%로 폭스바겐의 6.8%에 못 미쳤다.

자기들에게 배당금을 7조원 더 주겠다는 유혹도 뿌리친 해외투자자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삼성동 부지를 10조5500억 원 주고 사들인 과거가 결코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리 없다.

진정한 친구는 어려운 때 나타나는 법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엘리엇 때문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이 좌절된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 만약 올해 주총에서 단 하나의 이사자리라도 엘리엇에게 내 줄 경우, 정의선 부회장의 3세시대는 대단히 큰 수렁에 빠질 뻔 했다.

이 위기를 국내외 투자자들의 도움으로 벗어났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승리를 합리적 투자자들에 대한 채무로 여겨야 할 일이다.

이 채무를 상환하는 길은 회사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더욱 높여서 주주들의 재산을 늘려주는 것뿐이다.

철지난 판단으로 남들은 모두 SUV에 전력할 때, 디트로이트에서 ‘올해의 세단’ 상을 휩쓰는 데나 혈안이 돼 시대흐름을 놓치는 일도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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