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을 논의하는 나라에서 외모 규제까지 들고 나와

▲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망치를 쥔 사람은 아무데나 휘두르려고 한다’는 말이 있다.

지능이 부족한 사람한테 망치를 주면, 이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모르고 아무데나 망치질을 한다. 지성이 부족한 사람한테 완장을 채워졌을 때의 ‘완장질 폐해’를 달리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린아이한테 망치를 쥐어줬다가는 온 집안사람들이 행여 집구석이 결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며칠 동안 벌인 일에 대해서는 저절로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한국에는 여성부의 일이라면 무조건 생트집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 남성들이 많다. 같은 남성으로 참으로 부끄러운 행태로 여겨왔다. 여성들한테 무슨 섭섭한 일을 그리 많이 겪었다고 저리 피해의식에 빠져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기자는 50년을 넘는 여태껏 여성의 마음을 얻어 본 적이 없는 남자로서, 다른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깔깔한 태도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도련님 서방님 호칭에 정부부처인 여성부가 간섭해 들어왔을 때만 해도, 뭔가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잠시 오판했나보다 정도로 넘어가려고 했다. 사실 조선시대 향교처럼 국민을 계도할 생각을 할 때부터 심각하게 의심을 했어야 했다.

더욱이 이제는 TV에 나오는 걸그룹 외모까지 간섭을 하고 드는 마당이다. 여성부는 도대체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이 나라의 격을 어디까지 추락시키려고 작정한 것인가.

여성부는 ‘비슷한 외모 출연자 제한’ 운운한 방침에 대해 여성부가 제시한 것뿐이지, 결정은 방송국이 하는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변명이다. 상당히 좀 오래전 일이다. 1986년 말지가 전두환 정권의 언론보도지침을 폭로했을 때 독재정권의 뻔뻔한 변명이 딱 이랬다.

정부가 무슨 방침이라고 만들었는데 그걸 완전 무시할 공영이나 민간기관이 이 나라 어디에 있나. 벌써 이것부터가 여성부 관료들의 지능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금 여성부가 하고 있는 일은 정부 당국자의 자세가 아니라 특정 성향을 가진 시민단체의 행태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너무 균형 잃은 정책을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때문인지, 독신남들을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남성이 혼자 지내는 것이 괴로우니 건전하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 무슨 맥락에서 이런 대화가 나온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딱딱한 대화를 하다가 한 참석자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재담을 한 것 일수도 있지만, 이게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남X’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이 기사를 물고 늘어졌다.

장관이 어쩌다가 이런 얘기까지 듣고 다니게 됐는지, 이 부처 공무원을 비판할 겨를도 없다. 또 하루를 자고 일어나니 TV방송에 나오는 여성출연자 외모를 통제하라는 발상까지 내놓았다. 이번엔 ‘메갈X’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기세 폭등했다.

다른 곳도 아닌 정부가 국민의 외모를 통제할 생각을 한 자체가 경악스럽기 이를 데 없다. 여성들의 외모를 정부가 관리하기 편하게 만드는 건 외국 문화 하나를 도입하면 바로 해결된다. 이슬람권의 여성복장을 도입하면 바로 해결된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반박하고 싶다면, 모든 극단은 하나로 통한다는 원리를 되새겨보기 바란다.

도대체 여성부에는 어떤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것인가.

인류사만큼이나 오래된 여성차별로부터 절반이 넘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곳이 여성부다.

그런데 하는 일마다 여성을 돕는 게 아니라 난처하게 만드는 일만 골라서 하고 있다. 덩달아 참된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웃음거리가 되는 빌미를 던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 어떤 고약한 비방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여성부 당국자들은 제3자가 봤을 때 충분한 지능을 갖췄다고 인정할 때까지 부디 아무 일도 벌이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관리 업무만 지속하길 바란다.

지능이 낮은 당국자들일수록, 자기가 국민을 계도한다는 과대망상에 빠지는 법이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민주국가보다 율법국가에 더 적합한 지능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