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대차의 수소차, 빌딩건설 다 지원한다는데...수소차만 지원하면 안되나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정부가 현대차 그룹에 대해 “수소차 사업도 지원하고 초고층 빌딩 건설 지원도 한다는데 현대차가 과연 그렇게 전력을 분산해도 되는 때인지?” 묻고 싶다.

지난해 현대차 그룹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주력인 현대차의 경우 매출액은 사상 최대였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7%나 감소했다고 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 신흥국 통화가치 약세 등이 현대차 실적을 압박했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지난해 가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은 “현대차 그룹이 이제 자동차 부품 회사들에 대한 공정거래 관행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현대모비스를 현대자동차에 합병시켜서라도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수익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외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국정감사장 등에서 “자동차 관련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 하겠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경제’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현대차 그룹도 부품업체와의 관계에서 중대 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엘리엇 등 일부 해외 공격적인 투자가들은 현대차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속적으로 건드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금 미국시장에서의 대규모 리콜 문제도 해결해야 할 처지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는 현대차가 추진하는 “수소차 경제”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 점에 대해선 박수를 치고 싶다. 미래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 여겨지는 수소차 경제를 대통령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응원해 준 것은 고무적인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019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서울 강남 옛 한국전력 부지에 현대차그룹이 짓기로 한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기 착공을 지원키로 하고 그 후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정부가 저런 것 까지 지원해야 하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과거 잠실 제2 롯데월드 건설 허용 때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공군 비행에 방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주변 교통, 환경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결국 허용됐다.

현 정부 들어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옛 한전부지에 제2 롯데월드 못지 않은 초대형 빌딩을 짓겠다고 한다. 마천루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한다. 현대차가 이 부지를 매입한지 4년여 만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빌딩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거 제2롯데월드와 비슷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현대차가 지금 이렇게 거대한 빌딩을 지을 때 인가?” 하는 의문을 거듭 제기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도 지난해 못지않은 엄중한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중국 자동차 시장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 글로벌 경제 또한 ‘둔화 또는 침체 우려’에 직면해 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상황 역시 경기침체 우려 속에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일반 전기차는 물론 ‘수소 전기차’에서 세계를 주도하겠다고 한다. 자율주행차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굉장이 야심찬 도전들이다. 그리고 미래의 불확실성과 싸워야 하는 것들이다. 최근 노무라증권은 “한국 정부가 수소경제 육성정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많은 지원금과 돈이 들어가는 분야”라며 “향후 수소차가 전기차의 주류가 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고 일침했다.

거듭 강조컨대 현대차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아주 많다. 다시 열거하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위축에 대비한 시장 유지에 나서야 한다. 지배구조도 개편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업체와의 불공정 논란도 잠재워야 한다. 미국 리콜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수소차, 전기차,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자동차시대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신사옥도 서둘러 짓겠다니 “과연 한꺼번에 그 많은 일을 하는 게 가능할까”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본다.

4년 전 한전 부지를 10조원 넘는 거액을 주고 살 때도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다른 할 일도 태산 같은 이 시기에 그곳에 엄청난 빌딩을 올리겠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는 수소차 사업도 지원하고 빌딩 짓는 일도 도와주겠다고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대차 그룹에 ‘선택과 집중’을 하도록 수소차 등 한쪽 만 지원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한전부지 문제가 갈길 바쁜 현대차 그룹의 발목을 잡지 않길 기대한다.

최근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안자니 트리베티의 칼럼 내용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트리베티는 “현대차는 미국에서 16만8000대의 리콜문제와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과 대결해야 한다”면서 “현대차의 회복 노력이 냉철한 분별력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적절한 지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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