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대한 독자들 불신, 누가 초래했을까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삼성에 관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덩달아 심판대에 오르는 곳이 있다. 상당수 언론이다.

그동안 한국이 국가주도 경제에서 시장주도 경제로 전환해 오는 주요고비가 있었다. 이전에는 옳았다고 판단한 일이 지금 보니 잘못 된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경계선에 삼성이 주요 이해당사자로 서 있었다.

삼성이 워낙 국가 기여도만큼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보니 언론에 대한 영향력도 큰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실제로 그간 벌어진 몇몇 일들을 보면 그런 판단이 전혀 허황된 것이 아니다.

삼성의 지배구조와 승계 구도, 금산분리 등 몇 차례 논란들을 거치면서 비판하는 시민사회와 접점을 향해 조금씩이라도 진보한 면은 분명히 있다. 상징적인 사례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5년 전 소액주주운동을 하는 교수였을 때, 삼성전자 주식총회장에 참석했다가 경비원들에 의해 강제로 축출된 적이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김 교수는 삼성그룹의 최고위층인 40여명의 사장단 회의에 강사로 초빙돼 연단에 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수 년 전 일이다.

세상도 바뀌고, 삼성도 바뀐다. 그러나 언론만큼은 더욱 눈이 높아진 독자들로부터 질타를 더 많이 받고 있다.

마땅히 보도할 일을 삼성이라서 보도를 안했다거나 무조건 삼성 측의 관점에서 다룬 기사만 내보냈다는 비판이 1990년대 말부터 종종 제기됐다. 언론 내에서 대안언론 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때다.

이런 것들이 계속 누적돼, 삼성에 관한 언론보도라면 이제 독자들이 기사보다 댓글을 읽어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혹자가 ‘삼성의 위기’라고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용어가 아니다. ‘삼성을 쓰는 언론의 위기’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수없이 많은 논란 속에 심지어 순환출자 문제도 이제는 삼성 스스로는 근원적 해결을 보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릴 정도로 기업은 변했다.

그런데 삼성을 쓰는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의구심은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과 언론인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 대한 논란은, 현재까지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삼성 관련 뉴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마당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처럼 중차대한 일을 기자가 안 쓸 수는 없다. 그런데 썼다하면 독자들의 싸늘한 냉소를 피할 길이 없다. 차라리 어디 보이지도 않는 곳에 머물렀다 흘러가는 기사가 남긴 흔적은 좋고 나쁘고를 따질 여지도 별로 없다.

기사가 포털의 대문에라도 자리를 잡으면,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애써서 참고 있는 결기를 톡톡 쑤신 결과를 만든다.

이번 사태에서 핵심은 기업 가치를 부당하게 평가해 특정인에게 유리한 승계나 상속을 초래했느냐에 대한 의혹 또는 논란이다.

금융당국이 지적한 문제 가운데는 이런 핵심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있다. 그 중에는 과연 당국의 판단이 올바르냐는 의심을 살 만한 것도 있다. 핵심과 벗어난 문제라도 잘못된 것이라면, 언론이 당연히 지적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문제는 핵심에 대한 시비보다 이런 부차적인 논란이 언론공간의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다. 독자들은 당연히 핵심을 가리는 언론의 작위라고 비판을 퍼붓게 된다. 언론에 대한 신뢰는 더욱 낮아진다.

지금까지의 20여년 세월을 돌이켜보면, 언론이 뭐라 하든, 세상은 변하고 삼성도 변했다.

삼성은 은행소유도 시도한다는 의심을 많이 받았지만, 2010년 은산분리가 일시나마 완화됐을 때 삼성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법에 의한 규제보다 기업스스로의 판단으로 시민사회와의 간극을 좁혀가고 있다.

그런데 언론은 여전히 그 자리다. 삼성 스스로 전자와 은행은 길이 다르다는 판단을 했는데, “은행도 삼성이 맡으면 잘 할 것”이라며 바람 잡던 사람들은 아무런 해명이 없다. 삼성 스스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선 모습이 곳곳에서 느껴지는데 “순환출자는 삼성을 외국자본으로부터 지켜주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변하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이 모두 쌓여서 오늘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쓰는 기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지금의 기자들만큼은 훗날 삼성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어깨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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