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금융연구원(원장 손상호)이 금융브리프 최신호인 17일자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신중한 금리인상을 강조했다. 금융연구원의 이 보고서는 리처드 클래리다 Fed 부의장의 16일 발언으로 Fed의 금리인상 전망이 급격히 낮아진 시점에서 발표돼 주목된다. 시간적으로 클래리다 부의장 발언 이전에 작성됐을 것이 분명한 보고서란 점에서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제가 감세 및 규제완화 정책에 힘입어 3%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있으나, 향후 Fed의 금리인상 기조 유지, 통상마찰 확대, 미국의 정치적 갈등 심화로 이런 호조성장 국면이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 견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 리처드 클래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부의장. /사진=Fed 홈페이지.


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 3.5%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분기 4.2%에 비해서는 다소 둔화됐지만, 의회예산국이 추정하고 있는 잠재성장률 2%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향하는 3% 성장보다는 높다고 금융연구원은 전했다.

미국 경제의 이같은 호황은 실업률이 낮아지면서 시간당 임금이 상승하고 이는 가계소비 증가로 이어진데 힘입은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가계소비가 미국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데, 3분기 4% 증가해 2.7%포인트의 성장기여도(4 x 2/3 = 2.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계소비가 증가도 감소도 안했다면 3.5%의 성장률이 0.8%에 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10월중 실업률은 3.7%로 49년만의 최저고, 시간당평균임금은 전년동월대비 3.1% 상승했다. 시간당임금은 지난 9월의 2.8%를 넘어서면서 2009년 초 이후 최대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호조와 달리 기업의 고정투자는 거의 정체됐다. 이는 Fed의 지난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도 “기업고정투자는 올해의 강한 증가세가 완화됐다”고 언급됐다. 이번 FOMC 성명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달라진 부분이다.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Fed의 금리인상 방침이 워낙 확고한 것으로 분석돼 이 문장의 변화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었다.

금융연구원은 3분기 고정투자(비주거용투자 + 주택투자)의 GDP 성장률 기여도가 0.04%포인트로 성장률을 깎는 부문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비주거용투자(설비투자+건설투자+R&D투자)의 기여도는 0.12%포인트였지만, 금리상승에 민감한 주택투자가 마이너스 0.16%포인트로 추계됐다.

이밖에 3분기 성장에는 재고투자(성장기여도 2.07%포인트), 방위비 중심의 정부지출(0.56%포인트) 등 일시적 요인들이 가세했다.

현재 최대현안 가운데 하나인 무역 갈등은 이미 성장률을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수지 성장률 기여도는 2분기 1.22%포인트였지만 3분기에는 마이너스 1.78%로 집계됐다.

금융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3% 성장이 어려울 경우, 추가적인 재정확대정책을 시도하겠지만 미국의회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과 연방채무한도 인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미국 경제의 3% 지속성장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동안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해 온 Fed는 올해 12월 네 번째 금리인상 결정은 물론 향후 통화정책 집행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의 이같은 분석을 확인하듯, 클래리다 부의장은 1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둔화되는 조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 금리가 Fed가 추정하는 중립금리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이는 Fed의 금리인상 필요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발언이다.

공화당원으로 미국 콜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인 클래리다 부의장은 지난 9월17일 취임했다. 지난해 10월13일 사임한 스탠리 피셔 전 부의장의 후임이다.

그의 발언 이후 Fed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CME그룹의 Fed와처 프로그램은 Fed가 오는 12월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2.25~2.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18일 오후 3시2분(한국시간) 현재 65.4%로 집계했다. 일주일전의 75.8%에 비해 크게 낮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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