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유럽의 정치-경제 호전에 추락했지만...엔화는 미 물가급등에 절하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29일(미국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가치가 모처럼 급락세를 보였다. 달러가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유로화의 가치가 ‘유럽정치 안정 및 유럽 경제지표 호전’ 속에 모처럼 급등하자 미국 달러의 가치가 크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달러가치 급락에도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는 하락해 이 또한 눈길을 끌었다.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4.51로 무려 0.84%나 하락했다. 달러가치 급락이다.

이날 미국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결정 때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지난 5월 연율 2.3%나 치솟은 것은 고무적이었다.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최고치인데다 연준의 목표치 2%를 훌쩍 웃도는 것이다. 아울러 연준의 올해 4차례 금리인상 기조를 뒷받침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날 미국 달러의 가치는 그간의 급등세에서 크게 후퇴했다. 최근 달러가치(달러인덱스) 흐름을 보면 사흘 전 0.47% 상승, 이틀 전 0.73% 급등, 전날 0.02% 상승을 보이다가 이날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 탈퇴를 운운하는 등 불안감을 안긴데다 그간 약한 흐름을 보이던 유럽 경제지표가 껑충 뛰고 게다가 이날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난상토론 끝에 난민문제 해결의 합의점을 찾은 것이 ‘달러 약세 vs 유로 강세’ 흐름을 유발시켰다.

이날 공개된 유럽의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독일의 6월 실업률이 5.2%로 사상 최저수준을 유지했고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 즉 유로존의 6월 물가상승률도 2.0%로 유럽중앙은행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럽중앙은행의 긴축 전환 가능성을 높였다. 게다가 EU의 난민문제 타결은 유로존 리더국인 독일 메르켈 정부의 연정 붕괴 가능성을 소멸시켜주는 역할도 했다.

이에 이날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는 1.1684 달러(한국시각 30일 새벽 6시9분 기준)로 전날 비슷한 시각의 1.1564 달러 보다 크게 올랐다.

유로는 달러 인덱스를 구성하는 6대 통화중 가장 높은 6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유로가 뛰면 달러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날에도 그랬다.

하지만 달러 급락에도 불구하고 이날 엔-달러 환율은 110.7엔 선으로 전일 대비 0.2% 가량 상승했다. 달러 약세 속에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더 하락한 것이다. 비록 달러가치가 유로화 가치 폭등 여파로 추락하긴 했지만 엔화에 대해선 강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엔-달러 환율 만큼은 유럽 상황 보다 미국상황을 더 중시한다는 걸 보여준 증거다. 미국 물가지수 급등 속에 연준의 4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달러 추락에도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는 약세를 나타낸 것이다. 엔-달러 환율이 올랐다는 건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절하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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