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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남는 장사를 하려면

기사승인 2018.06.11  09: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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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의 지방 선거, 그리고 유권자 잉여

   
▲ 지난 9일 유권자의 사전투표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정동근 경제칼럼] 전국 단위 선거는 그 규모와 범위 덕택에 취재 기자의 경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총선, 대선 경력이 몇 번이다”는 표현을 자랑삼아 말하는 정치부 기자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일제히 치러지는 선거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 선거 등 3종류뿐이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와 달리 지방 선거는 최근까지 일제히 치러지지 않았다. 지역 대표와 이를 견제하는 의원, 그리고 교육 책임자를 뽑는 선거가 6월에 자리 잡은 것은 1995년에야 비로소 가능했다. 지방 선거라는 명칭도 최근 정착한 것이다. 지금은 전국 동시라는 수식어도 굳이 붙이지 않는다.

광역 시도와 구시군의 행정책임자, 의원을 한 번에 뽑으면 될 일을 따로따로 진행했으니 예산 낭비가 심했다. 예산 낭비는 유권자가 부담하는 세금 인상과 직결된다. 한곳에 모아 한꺼번에 선거를 치르자는 단순한 열망은 20세기가 지나가기 전 모습을 드러낸 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국 선거를 직접 치르는 정당 입장에서도 그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공천, 혹은 경선 등을 통해 내놓은 후보가 거의 모든 선거구의 유권자 검증과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또 최대 규모의 선거 과정을 순조롭게 또 조직적으로 잘 치러내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정당의 여러 존재 이유가 전국 선거에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하는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13일 치르는 6대 지방선거는 모두 3952명의 당선자를 배출한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치르는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선자를 합칠 경우 이날 자정쯤 꽃다발을 목에 걸고 당선사례를 내놓는 선량은 더욱 늘어난다.

   
▲ 지난 10일 후보들의 유세 모습. /사진=뉴시스

선거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공식이 여실히 드러나는 인간행위 가운데 하나다. 당선자는 명예와 정치적 영향력을 얻지만 낙선자는 불명예와 함께 자칫 파산에 이르는 경제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과도한 선거 비용 탓이다. 간혹 경제적 위기는 일부 당선자를 찾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공직자의 부패로 연결되는 뇌물 거래가 간혹 고개를 내민다.

이전의 선거판은 고무신 선거, 막걸리 투표 등의 표현이 난무하는 무법의 현장이었다. 후보가 유권자에게 고무신을 건네고 막걸리를 나눠 마시는 풍경이 전국을 채웠다. 대놓고 5당4락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선거비용이 5억이면 당선이고 4억이면 낙선이라는 협박은 후보를 탈법의 유혹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한 고민의 결과물이 2004년 국회의원 총선거 직전 등장한다. 이른바 오세훈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한국 정치 역사상 획기적인 세가지 법률이다. 각각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법률은 악질적 부작용을 낳는 정경유착 등 후진적인 선거문화가 없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거법은 선거의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를 끝장냈다. 연설회에 비해 돈이 거의 들지 않는 후보자 TV토론은 개정 선거법이 내놓은 찬란한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선거비용 지출을 투명하게 만드는 필터가 생겼다.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영제가 그것이다.

자리 나눠먹기, 부패의 온상 등 부작용이 심각했던 지구당 제도가 폐지된 것은 정당법 덕분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가 개선돼 깨끗한 선거의 발판이 마련됐다. 인터넷 여론이 활성화됐고 당내 경선의 민주화가 대폭 강화됐다. 또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도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정치자금법으로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이 완전히 금지됐다. 반면 다수의 소액 기부자의 자발적인 후원금이 적극 장려됐다. 이권을 노리고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음성적 뭉칫돈이 사라지고 후원회 제도를 통한 투명한 돈이 정치권 주변으로 흘러들었다. 또 정치자금의 부정사용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 정치발전이 한 단계 앞당겨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 이십 수 년 동안 선거를 둘러싼 우여곡절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국민경제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그것이다. 선거철이면 지역 경제 나아가 국가 경제를 휘청이게 할 정도로 돈을 풀고, 또 선거 후면 떡고물 생각에 부패와 손잡는 후진적인 정치문화와 근본부터 결별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의 정치가 이십 수 년 동안 우여곡절 끝에 축적한 노하우를 가장 잘 구현한 것은 가장 최근인 19대 대통령 선거다. 이전까지 정치인들 가운데 “이렇게 꽁꽁 손발을 묶어두면 정치를 어떻게 하느냐, 선거를 치를 수조차 없다”며 볼 멘 소리를 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이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한 정치문화가 이 땅에 자리 잡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대통령 선거에 투입된 선거관리 물품·시설·인력 예산은 모두 1800억 원이었다. 정당에 대한 선거보조금은 421억 원으로 집계됐다. 득표 치에 따라 정당과 후보자 각각에게 보전해준 선거비용은 대략 889억 원으로 나타났다. 딱 사용할 데만 쓴 게 모두 3110억 원이었다. 모두 세금으로 충당됐다.

이번 선거 역시 대략 이 정도의 돈이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 세금 3100억 원을 유권자 4200만 명으로 나누면 한 표당 비용이 나온다. 7300원 전후다. 역대 지방 선거의 평균 투표율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의 70% 내외와 달리 52~53%에 머물고 있다. 자칫 투표 포기에 따른 손실이 선거 비용의 절반인 1500억 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후생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선거에서 한 표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곧잘 계산하곤 한다. 2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여러 주장이 있다. 다만 투표를 하는 것 자체가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점에는 한 치의 이견이 없다. 잘 차려진 밥상이다. 유권자는 한 표를 던지는 게 무조건 남는 장사다.

 

 

정동근 기자 olive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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