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60>...각국 이별 소재 광고의 교훈

▲ 김병희 교수

[초이스경제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일터의 오너가 아닌 이상 언젠가는 누구나 사표를 쓰게 마련이다. 사표를 쓰지 않더라도 정년을 맞으면 언젠가는 그 일터를 떠나게 마련이다. 그 뿐이겠는가? 사람 사이에서도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 한용운 시인은 <님의 침묵>(1926)에서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는 절창을 남겼다. 우리는 고교시절에 이 대목을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사상이라고 배웠다. 그렇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일터에서 헤어지게 된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헤어지게 되리라.

경영자는 사표를 내고 떠나겠다는 직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별해야 할까? 일하던 직장에 사표를 쓰고 나온 사람이 일하던 회사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경우가 뜻밖에도 많다. 만약 이별을 잘 했더라면 그토록 심한 말은 하지 않았을 터. 언론인 김선주 선생이 쓴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2010)는 책 제목처럼, 모든 이별의 순간에는 예의를 다해 헤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헤어짐의 흉터가 더 크게 남게 된다. 여러 나라의 광고에서 이별하는 방식을 살펴보기로 하자.

▲ (위에서부터 차례로) 볼보 544의 '안녕' 편(1966), 폭스바겐 비틀의 '안녕' 편(2004), 플라이투겟 공항고속철도의 '이별' 편(2005), 비트의 '잘 가요' 편(2009). /사진=김병희 교수

볼보(Volvo) 544 모델의 마지막 광고 ‘안녕’ 편(1966)에서는 오래된 자동차 하나가 놓여있다. “친구여, 안녕(Farewell, old friend).” 볼보를 의인화시켜 친구라고 부른 헤드라인이 인상적이다. 미국에서 집행한 광고지만 유럽의 고객에게도 볼보 544의 단종을 알리고 있다. 보디카피에서는 그동안 볼보 544를 사랑해준 고객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면서, 혁신 기술로 만든 새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터키에서 집행한 폭스바겐 비틀(Volkswagen Beetle)의 ‘안녕’ 편(2004)에서도 작은 자동차 하나가 놓여있다. “작은 것을 생각하세요(Think Small)”라는 비틀의 론칭 광고에서와 똑 같은 위치에 차를 배치했다. 헤드라인은 “안녕(Goodbye)”이다. 광고회사 DDB의 터키 이스탄불 지사에서 만든 이 광고에서는 폭스바겐 비틀이 65년 동안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자동차를 ‘너’로 의인화시켜 “넌 결코 잊혀지지 않을 거야(You will never be forgotten)”로 흥미롭게 마무리했다.

노르웨이에서 집행된 플라이투겟 공항고속철도(Flytoget Airport Express Train)의 인쇄광고 ‘이별’ 편(2005)에서는 작별을 아쉬워하는 연인이 가방도 내팽개치고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다. 아래쪽에는 “다음 열차를 탈 수도 있다는 걸 알아두는 게 좋을 때도 있습니다. 매 10분마다 출발.”이라는 카피가 붙어있다. 유럽에서 가장 빠른 공항철도의 하나로 오슬로공항과 오슬로중앙역을 오가는 플라이투겟이 10분마다 출발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작별의 아쉬움을 소재로 활용했다.

제모 브랜드 비트(Veet) 광고 ‘잘 가요’ 편(2009)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부시의 퇴임 주간(Goodbye George Bush Week)에 호주에서 집행되었다. 새로 취임할 대통령 오바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 바로 아래에 “잘 가요, 부시(Goodbye Bush)”라는 헤드라인의 광고를 게재했으니, 시원하다는 건지 섭섭하다는 건지, 시원섭섭하다는 건지 알쏭달쏭하다. 분명한 점은 제모 브랜드 비트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굿바이 부시’를 확실하게 선포하며 새 정부에 대한 호의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 (위에서부터 차례로) 안토쉬카의 '안녕' 편(2013), 월스의 '신경 꺼' 편(2014), 구글의 '안녕' 편(2017), 선포일의 '안녕' 편(2013). /사진=김병희 교수

우크라이나에서 집행된 안토쉬카(Антошка, Antoshka) 광고 ‘안녕’ 편(2013)에서는 녹색의 지면에 눈이 녹고 있고 있는 장면을 제시하고 나뭇가지에 벙어리장갑을 꽂아두었다. 해드라인은 “재킷을 벗겨. 겨울 안녕!”이다. 우크라이나의 광고회사 키예프(Kyiv)에서 만든 이 광고에서는 안토쉬카 지역에 겨울이 끝났으니 관광을 하러오라는 메시지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하얀 눈과 빨간 장갑이라는 시각적 대비를 통해 간명하게 표현하였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집행한 월스(Wall’s) 광고 ‘신경 꺼’ 편(2014)에서는 아이스 바에 “신경 꺼(Goodbye Serious)”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이 광고에서 헤드라인의 기능을 하는 문구다. 푸에르토리코의 광고회사 DDB 라티나(Latina)의 광고 창작자들은 잘 녹아내리지 않는다는 아이스 바의 혜택을 이런 방식으로 강조했다. 아이스 바가 녹아내리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신경을 꺼도 된다는 메시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구글(Google)의 광고 ‘안녕’ 편(2017)에서는 나쁜 온라인 광고와의 작별을 선언한다. 온라인 광고는 포털사의 주요 수익원이 되는 상황에서, “구글은 나쁜 온라인 광고와 작별을 고합니다(Google Says Goodbye to Bad Online Ads).”라는 헤드라인을 써서 기업의 광고 영업 방침을 천명한 것. 방문자에게 가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 좋은 광고만을 게재함으로써 미디어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가꾸겠다는 뜻을 널리 밝힌 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포일(Sunfoil) 옥외광고 ‘안녕’ 편(2013)에서는 “아빠, 안녕히”라는 헤드라인으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추모했다. 선포일은 남아공 제1의 크리켓 경기 시리즈이며, 광고 헤드라인으로 쓰인 남아공의 줄루족 언어 “함바 카흘레 타타(Hamba kahle, Tata)는 영어로 “Goodbye, Father”라는 뜻이다. 이 광고는 넬슨 만델라의 장례식인 2013년 12월 15일에 그의 고향인 쿠누(Qunu)의 거리에 게재된 이후 오랫동안 그를 추모하는 메시지로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집행된 이별을 소재로 활용한 광고들을 살펴보았다.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평생토록 일하는 사람들보다 직장을 여러 곳을 옮겨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다. 더 나은 기회를 찾거나 중간에 휴식기를 가지기도 한다. 이별은 인생이라는 긴 실타래에서 한 번의 매듭을 묶는 기회이다. 사직이란 한 직장에서 힘들었던 시간을 묶음으로서 그 시간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사람을 떠나보내는 입장인 경영자들은 그에게 이별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그동안 힘들었을 그 사람을 다독여주고 회사생활의 끝을 잘 매듭짓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억이 많았다 해도 사람이란 끝 부분을 가장 강하게 기억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기쁜 이별’은 없다. 이별이 기쁘다면 함께 있었던 시간이 괴로웠다는 반증일 테니까. 하지만 ‘멋있는 이별’은 가능하다. 떠나는 사람의 부족함을 드러내기보다 그를 격려하며 예의를 갖춰 작별한다면, 일하던 회사에 대해 험담하는 경우도 없을 테고 영원한 우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 독자 여러분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60주 동안 연재를 이어 왔습니다. 그동안 격려해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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