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꽃 피우며 사회적 기업 육성, 전자투표제 도입 등 눈길

▲ 지난 3일 중국 베이징포럼에서 개막 연설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57)의 딥 체인지(Deep Change-경영과 사업의 근본적인 혁신) 전략이 점진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딥 체인지 전략을 추진하는 최 회장의 발걸음이 최근 들어 한층 빨라지고 그 효과도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딥 체인지는 지난해 하반기 '뿌리부터 바꾸자'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미래가 있는 경영'을 해보겠다며 내세운 핵심 전략이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지난겨울 50대 젊은 CEO들을 전면에 발탁하는 인사를 단행하고 인수합병 전략을 통한 먹거리 발굴, 사회적 기업 육성, 전자투표제 도입 등으로 이어지며 그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 회장은 지난해 CEO들과의 모임에서 "SK그룹은 ROE(자기자본이익율)가 낮고 대부분 관계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막연한 변화보다는 ROE, PBR이라는 구체적인 수치의 테두리 안에서 변화를 주문한 바 있다. 또 돈 버는 방법, 일하는 방식 등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되 그 목표는 무조건적인 성장보다는 우량하고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과거(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신경영 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바꿀 수 있으면 모든 걸 바꾸라"고 한 말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당시 51세로, 선친의 경영 스타일에서 벗어나 강력한 변화의 드라이브를 걸면서 내세운 전략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발전을 거듭하며 올해는 한 분기 14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도 50대로서 자신만의 차별화되는 경영 스타일로 새롭게 변신을 꾀하겠다는 전략이 바로 딥 체인지가 아니겠느냐는 평가를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최 회장의 딥 체인지가 뿌리를 내려가며 꽃을 피울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자신이 주도해 인수한 SK하이닉스의 놀라운 실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인수는 당시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했지만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 도래와 함께 한 분기 영업이익 3조 원이 넘는 알짜기업으로 변신했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시작한 일본 도시바사의 반도체 부문 인수 작업에도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인수 주체로 참여하는 성과를 일궜다. 반도체 시장이 현재는 슈퍼 호황을 맞고 있지만 중국 등 후발 업체들의 추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시장 구도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 회장은 최근에는 사회적 기업 육성에도 발을 걷어 붙인 모습이다. SK그룹의 사회적 기업 육성은 꽤 오래된 것으로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 양성 등을 위한 차원에서 실시됐다. 정부가 사회적 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선 가운데 SK그룹의 사회적 기업 육성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지난달 20일 그룹 계열사 사장단과의 모임에서도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경제적 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이 생존하는 필수요건이라는 사실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사회적 가치 창출은 사회적 기업은 물론 영리 기업의 존재 이유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SK그룹은 유·무형의 자산을 공유인프라로 활용하는 성장 전략을 만들어 사회적 딥 체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을 찾아서 최 회장은 "중국과 한국, 아시아 시회 구성원의 공존을 위해 기업은 물론 사회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창출해야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국내 5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주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결정도 딥 체인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액주주들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요 기업들이 도입을 꺼리는 제도지만 정부나 국회에서도 도입을 추진하는 현안이기도 하다.

최 회장의 딥 체인지를 향한 발걸음이 SK그룹의 변신을 넘어 한국 산업계에 변화와 혁신을 몰고올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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