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권익 보호 대안으로 협동조합 등 중간지대 검토할 필요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정부가 최근 국가와 시장의 경계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하며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운영되는 사회적 경제기업의 육성을 통해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며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우리 경제에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갈등이 커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큰 문제가 되는 와중에 또 일자리 부족이 심화되는 속에서 정부가 중간지대인 사회적 경제기업 활성화 카드를 집어든 것은 참신해 보인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때로는 전면 압박을 통한 개혁보다는 부드러운 개입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경제기업 활성화는 이른바 넛지(nudge, 팔꿈치로 슬쩍 찌름)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다.

사회적 경제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을 하되 상업적 가치보다는 취약계층 고용, 지역사회 발전, 구성원간 이익 공유 등 공익적 가치를 지향점으로 삼는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소셜 벤처기업이나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활성화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셜벤처 지원 비영리법인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를 주재하며 "사회적 경제는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고용 없는 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착한 경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사회적 기업 고용 비중이 전체의 6.5% 수준인데, 한국은 1.4%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경제 영역이 GDP(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을 담당하는 벨기에, 프랑스는 고용비중이 10.3%,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경제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향후 유럽연합 수준으로 육성할 경우 국내 사회적 경제기업의 고용인원은 현재 37만 명에서 167만 명으로 늘어 130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사회적기업은 1713개, 협동조합은 1만640개, 마을기업은 1446개, 자활기업은 1149개 등으로 1만4948개에 달하는데, 일자리 확대와 경제성을 동시에 잡은 성공사례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한국택시협동조합과 같은 경우 택시기사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법정관리 중인 택시회사를 인수해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하는데, 평균 급여가 일반 택시회사보다 100만 원가량 높고 근로조건도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사회적 경제기업 육성을 일자리 창출 및 사람 중심 성장의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올바른 판단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거의 방치되다시피한 관계로 대체로 그 활동은 미약하고 또 경제적 지원을 받는 데만 급급한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이 기회에 사회적 경제 기업을 육성하되 불합리한 운영 형태는 없는지 감독을 강화하고 유럽과 같이 건전한 기업과 조합으로 운영돼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도를 했으면 한다.

아울러 사회적 경제기업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다른 조직에도 적용할 수 없는지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가령 최근 고용노동부가 택배 기사, 화물차 운전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에게 노동조합 설립 허용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데, 이런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에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과 같은 형태로 활로를 열어주는 것은 어떨지도 생각해본다.

특수고용직 같은 경우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지만 사용자에게 종속된 노동자와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중간지대 근로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인데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사용자 측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일부 특수고용직은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가 거대 담론을 통한 적극적인 개입으로 개혁에 나서야 할 필요도 있지만 때로는 넛지 형태의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서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며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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