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한반도 리스크에 제3 공장은 해외에"...정부도 대책 마련해야

▲ 지난 2월 셀트리온그룹 창립 1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서정진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경제칼럼] 요즘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파격적인 행보가 세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주가가 지난 8월만 해도 10만원대 초반에서 맴돌던 것이 지난 9월에는 15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달 29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코스닥 시장을 벗어나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으로 이전하기로 결의했다.

증권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오랫동안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서 황제주로 군림하며 얼굴 역할을 했는데, 이르면 내년 2월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술 더 뜨는 결정이 내려졌다. 셀트리온이 국내에 짓기로 했던 제3 공장을 해외에 짓기로 전격 결정한 것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에 공장을 짓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을 정부 입장에서는 물론이고 셀트리온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지망생들에게도 크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는 소식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번 열린 임시주총장에 깜짝 등장해 "원래 제3 공장은 국내에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한 해외 파트너들의 요청 등에 따라 해외에 지을 계획"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3공장을 어느 나라에 지을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제약사와 의료기관 등 고객들이 한반도 정세를 언급하며 '약 공급이 중단될 염려는 없느냐'며 묻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하고 "세계 시장에서 우리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은 만큼 원활한 공급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5월 이사회를 열고 3251억 원을 투자해 현재 5만리터(ℓ) 규모인 인천 송도 1공장을 10만ℓ 규모로 증설하고, 12만ℓ 규모 제3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1공장 증설을 2018년까지 마무리하고, 3공장은 2019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제3 공장이 상업 생산을 시작하는 2021년이면 셀트리온은 31만ℓ 규모 바이오 의약품 생산이 가능해져 세계적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인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연 30만ℓ), 스위스의 론자(연 28만ℓ)에 맞먹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실컷 잔칫상 차려 놓았더니 해외에서 여행을 즐기겠다'는 입장이어서 그 의미가 퇴색되는 느낌이다. 셀트리온의 해외 공장 건설은 높아진 글로벌 위상을 반영하고 고객들의 수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딘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더욱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에 공장을 짓기를 바라고 있었을 정부 입장에서나 바이오기업 취업지망생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줄 것임에 틀림없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한 결정이라서 딱히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요즘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국내 첨단 기업 공장들이 해외에 지어지는 것과 맞물려 아쉬움이 많은 대목이다.

이번 셀트리온 제3 공장의 해외 건설과 관련해서도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듯하다. 국내 첨단 기업들의 탈코리아 행진을 방지하고 한국이 촉망받는 생산기지로 다시 떠오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정부의 대응방안이 주목된다.

이제 정부도 안보 및 경제 관련 정책 혼선을 줄이고 국내외 기업이 한반도 내에서 안심하면서 의욕을 갖고 사업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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