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시리즈8] 싸다고 무조건 경쟁력 있는 것 아냐...가성비에 대한 진지한 토론 필요

▲ 권순만 원장

[외부 기고=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몸에 든 버릇처럼 생각에도 버릇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프레임에 갇혀 어느 한 쪽으로만 일정기간 고민과 사유가 계속되면, 자연스레 생각에 버릇이 들게 된다. 한 가지 화두에 대해 수 십 가지의 다른 생각이 나오는 것이 마땅한데, 오직 하나의 생각만을 믿고 의지하게 돼버리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가격’에 대한 화두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런데 이 ‘가격’에 대해 꽤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한 가지로만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비싸면 무조건 나쁘고 싸면 착하다는 이 잘못된 생각의 버릇은 프랜차이즈 기업이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하는 악몽의 씨앗과도 같다.

얼마 전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과 더불어 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비싼 가격이 논란이 됐다. 그 업체가 치킨 가격을 올림으로 인해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격도 동반상승 할 것이라며 그 업체는 ‘악질’이란 오명을 쓰게 됐고, 가격이 싼 이른바 ‘착한’ 치킨집들이 사람들의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각종 뉴스와 인터넷 여론을 지배한 이 생각의 편향성에 소름이 돋았다. 단순히 가격만을 비교해서 비싸면 ‘악질’, 싸면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다니. 우리 모두 ‘가성비’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이어가야 할 때인 것 같다.

대한민국의 시장체제는 자유경쟁이 바탕이다. 자유경쟁이라 함은 다분히 소비자 위주로 가격이 꾸려진다는 이야기다.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망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대를 책정하는 것이다. 치킨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1만7000원짜리 치킨을 팔았다고 치자. 다른 치킨집들은 1만5000원이다. 소비자는 1만7000원짜리 치킨이 맛있고 양이 많으면, 맛없는 1만5000원짜리 치킨을 선택할 리 없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가격이다. 소비자가 인정하는 가격이라는 말이다. 이른바 ‘가성비’. 하지만 지금의 추세가 어떠냐 하면 단순히 가격비교만 해서 1만7000원에 치킨을 파는 곳을 무조건 나쁜 곳이라고 한다. 2000원을 더 받기 위해 들어간 연구비와 인건비를 전혀 고려치 않는 것이다.

가격은 경쟁력이다. 비싸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으면 팔리고, 싸도 값어치가 없으면 팔리지 않는다. 비싼 만큼 다른 매장에서 내지 못하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 비싼 가격이 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지금 사회의 분위기로 봤을 때 비싸게 파는 곳은 무조건 '나쁜 곳' 취급을 받는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힘들게 연구하고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상품들이 단지 비싸다는 이유로 배척 받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자 잘못된 생각의 버릇이라 말하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어떤 분들은 궤변이라며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계신 분들도 있을 터다. 하지만 우리는 화두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야 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맹점의 수익을 등한시 하고 본사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치킨 값을 올리는 프랜차이즈는 망해야 함이 옳다. 하지만 가맹점과의 상생도 생각하며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함이 옳다. 단지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듣는다는 것은 가혹하다. 우리 모두 진지하게 ‘가성비’에 대한 생각의 프레임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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