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금리 올리지 마라" 간섭 발언에 증인 나선 꼴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만났다. 김 부총리가 취임한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만이었다.

알려진 논의 내용은 대부분 현재 경제 금융상황에서 예상되고도 남는 것들이었다. 딱 하나만 빼놓고.

가장 눈길 가는 것은 김동연 부총리가 한국은행의 독립에 대해 목청을 높인 것이었다.

관찰하고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이 얘기를 하려고 두 사람이 또 만난 것이 아닌가 추측하게 된다. 만나자고 제안한 사람도 경제부총리였을 것이고.

물론 이런 추측은 당사자 기관이 보도자료 한 장으로 달리 설명하면 반박할 길은 없다. 아무개의 국정농단처럼 통화자료까지 뒤져가며 진상을 파헤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가 한은의 독립을 위해 청와대에 맞서는 모습까지 보였지만, 한은은 별다른 감동이 없는 모양이다. 회의 후 한은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어떻든 이 만남이 현재 금융시장에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경제부총리가 청와대 관계자의 금리 인상 희망에 대해 대단히 불쾌하다는 것이다.

부총리가 그런 발언을 하는 동안 옆자리를 지켜준 사람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였던 것이다.

어쩌다가 한은 총재가 이런 자리에 증인처럼 등장하는 상황이 다 발생했을까.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났다. 이 총재의 표정이 자신의 독립성을 지켜주겠다는 발언을 듣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진=뉴시스.


진정으로 한은의 독립을 확립하려했다면,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이 회의에서도 금리에 대해 입을 다물었어야 한다. 물러난 정권에서 집권당 대표까지 금리 내리라고 간섭을 할 때, 입도 뻥긋 못하던 부총리들이다.

청와대가 금리에 간섭하는 것이 절대 허용돼서는 안 되겠지만, 기획재정부야말로 그동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중앙은행 독립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뿐만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재정경제부 또한 통화정책을 자신들의 영역처럼 간주한 행태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는 오래되고 잘못된 관행의 일소를 강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특히 통화정책에 대해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데, 차관의 금융통화위원회 열석 발언권의 자진 반납을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청와대 발언을 핑계로 또다시 금리를 간섭하고 말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처지가 딱하게 된 사람은 이주열 총재다.

그는 현재 손발이 묶여있는 총재다. 누가 와서 묶은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중 보여준 그의 정책 행보로 인해 지금에 이르러 정책 운신의 폭이 크게 좁혀졌다.

‘척하면 통하던’ 총재로 알려진 까닭에 이제 와서 ‘소신 총재’를 한다는 것이 멋쩍기도 하거니와 행여 금리를 올릴 경우 그에 대한 반발을 무마할 기력도 거의 고갈돼 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그의 임기 만료가 내년 3월로 그리 멀지않다는 점이다.

그래도 그때까지 8개월이 더 남았다. 그동안 더 이상의 급변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하루하루 지나가기를 바라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사람은 있으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듯한 처지가 된 마당에 이렇게 이상한 자리에까지 ‘총알받이’처럼 불려나가 있으면 정말 그건 답이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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