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당국이 과도한 거품 우려 규제 강화하면서 국영 기업으로 자금 몰려"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올해 세계 각국 증시에서 첨단 기술주들이 시장을 달구며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증시는 이런 추세와 따로 가는 '예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기사에서 "중국 투자자들은 자국 시장에 상장된 기술주들에서 황급히 떠나는 대신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영 기업들의 주식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기술주 중심의 '차이넥스트 지수(ChiNext Price Index)'가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최악의 기록을 보여주며 14%나 하락한 것에서 증명되고 있다.

대신에 투자자들은 중국의 거대 기업들에 화력을 집중했는데,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 중 가장 가치 있는 50개 기업들로 구성된 'SSE50 인덱스'가 올해 들어 15% 상승하며 2015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고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중국의 상위 200개의 국영기업들은 13% 상승했다.

그러면서 WSJ는 "이 같은 섹터들 간의 갭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현지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이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중국 현지 시장에서 투기적 투자를 진정시키려는 중국 규제당국의 조치들이 기술주에서 발을 빼도록 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국가가 뒷받침해주는 기업들의 주식을 선호하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 자금이 대형 국영 기업들에 집중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BOC인터내셔널의 한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목격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초점이 시스템 위험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동하면서 기술주들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의 가장 가치 있는 기술주들은 중국 본토가 아닌 해외 시장에 상장돼 있어 기술주들의 글로벌 랠리에 따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자상거래 거대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의 주가는 뉴욕거래소에서 올해 들어 현재까지 73% 폭등했고, 홍콩에 상장돼 있는 탠센트는 올해 현재까지 57% 상승했다.

한편 중국 본토 기술주들의 하락은 중국 정부가 막대한 차입을 통한 투기적 투자를 억제하려는 노력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 한 해 MMF 시장의 주요 금리를 수차례 인상했고, 은행들에 레버리지가 높은 투자 상품의 판매를 축소시킬 것을 주문했다.

주식에 베팅하기 위해 차입된 대다수의 자금은 이전까지는 선전증시에 상장된 소기업들로 유입됐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술주에 과도하게 거품이 끼고 시장을 교란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중국 정부가 이에 규제의 칼을 들이대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의 분석에 따르면 절반가량이 기술 섹터이거나 통신 섹터에 속해 있는 차이넥스트(ChiNext)에 상장된 기업들은 현재도 여전히 평균적으로 이익의 47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15년 강세장에서 거래되던 이익의 140배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평균적으로 26배에 거래되는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들과 비교되는 수치라는 설명이다.

새로운 기업들이 주식 시장에 대거 진입하게 된 것도 주가를 추가적으로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에 225개 기업이 주식공개(IPO)를 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숫자다. 게다가 기술주들이 약한 실적을 보이거나 잇따른 스캔들이 보도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선전 증시에 투자하는 한 개인투자자는 "약 3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에너지 섹터 블루칩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주로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에는 포트폴리오 내 소형주 비중이 80%를 차지했었다"며 "하지만 현재 차이넥스트에서 저점 매수를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고 말했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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