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미수금 문제 심각...정부, 업계 현실 고려한 대책 마련해야

▲ 권순만 원장

[외부 기고=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업계에 고강도 조치를 예고하면서 업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50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해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남기는 이익규모를 조사해 발표키로 했다. 정부의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근절 의지가 아주 강력하다. 이는 업계가 자초한 것이지만 정부가 가맹본부와 가맹점간의 관계를 단지 갑을 관계로만 보고 온갖 조치에 나서는 것은 업계로선 아주 큰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협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로열티를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는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의 의견과 일치한다. 기본적 계약구조를 필수품목 등 유통 마진이 아니라 매출에 기반한 로열티 제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의도도 좋고, 취지도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과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이 답답함은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로열티 제도를 이토록 빨리 시행할 만큼의 선진 프랜차이즈 시장이 아니라는데서부터 기인한다.

로열티를 안 받고 싶은 프랜차이즈 본사는 없다. 본사 입장에서 보면 유통마진보다 로열티로 정산 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산업이 식자재 유통 마진으로 산업구조가 정착한 데는 그럴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가 ‘미수금’ 문제다.

 

▲ 지난 19일에 열린 프랜차이즈산업협회 대국민사과 /사진=뉴시스

 

현재 필자가 알고 지내는 프랜차이즈 업체 중 공정위와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로열티 제도를 이미 시작한 곳이 있다. 그렇다면 그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서로 상생하며 잘 지내고 있을까. 물론 그러면 좋을 테지만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가맹점의 미수금 문제가 불거져 법정 싸움을 할 판이다. 가맹본부는 몇 천 만원의 미수금이 있는 상황에서도 가맹점 문을 닫으라고 종용할 수 없으니 2년 동안 끌고 왔고, 결국 미수금은 억의 금액을 넘어섰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본사가 되레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것. 미 청구액으로 인해 세금 발행을 안 하니 로열티 못 받은 금액에 대한 40%를 세금으로 추징당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가맹점과 가맹점주에게 남은 것은 상생의 길이 아닌 법정으로 가는 길 뿐이다.

이런 상황은 이전에도 숱하게 있었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본사 대부분이 로열티 대신 유통마진 제도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됐었다.

우리 사회가 프랜차이즈의 로열티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기 전에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가맹점주들의 로열티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그에 따른 의식의 변화, 변화로는 어림없다면 의식 혁명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의 프랜차이즈 산업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엔 허와 실이 분명히 존재한다. 잘못을 저지른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를 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그 규제를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로 확대해서는 곤란하다. 상항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도 없지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찍이 프랜차이즈 산업구조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하고 통제하고 육성해줬어야 했다. 이제 와서야 무조건 본사들의 갑질 만을 통제 하겠다는 것은 사후약방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일제 점검, 로열티 제도로 인해 앞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에는 또 어떤 문제가 불거져 나올지를 걱정해야 한다. 잘못하는 곳에 메스를 가하되 프랜차이즈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정부도 근본적인 제도 안착에 힘써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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