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산업은행은 지난해 적자를 내고 뼈를 깎는 의지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는 또다시 수조원의 세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산업은행의 연말 개편에서는 엉뚱하게도 국제담당 부문의 통폐합까지 논란이 벌어졌다. 행내 일부 인사의 강력한 주장으로 추진되다가 조직개편 발표 직전에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면한 구조조정에 전적으로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딴 세상같은 소동을 벌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인사에서는 국제부문의 오랜 인력들이 전혀 생소한 분야로 배치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지난해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이 속한 지주회사의 홍기택 전 회장은 ‘연락두절’이라는 전례 없는 사유로 국감에 불출석했다. 그는 잠적한지 8개월만인 지난 2월 검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 2월 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은행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리더십’에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8년 이전의 산업은행은 재무 관료들이 총재로 부임하면서 국가 재정·금융정책의 돌파구를 여는 돌격대 역할에 주력했다. ‘관치금융’의 시비를 초래하기는 했지만 국가 전체 정책의 틀 안에서 뚜렷한 역할을 담당했다. 2000년대 초, 자금경색이 심할 때 채권신속 인수와 같은 사례다.

그러나 이후 산업은행에는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관치 총재’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들이 수장으로 부임했다. 대통령의 선거공신들이었다.

심지어, 특정인을 이 자리에 앉히기 위해 급여수준이나 직함까지 재조정하는 논의가 벌어지기도 했다. 홍기택 전 회장이나 이동걸 현 회장은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와 관련된 사람들이다.

일하러 오는 자리보다 논공행상의 자리가 되면서 산업은행이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더욱 높아졌다.

차라리 예전처럼 공무원들을 총재로 앉히고 그대신 급여는 차관수준으로 지급한들, 지금만 못하겠냐는 개탄까지 나올 지경이 됐다.

차관급 공무원의 연봉은 1억1738만3000원이다. 이동걸 회장의 연봉은 기본급 1억9533만원과 성과급 5530만원이다. 산업은행의 지난해 경영성과가 C등급에 그쳐 성과급이 크게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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