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남긴 '사소한(?)' 의문점들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14일 종합감사에 출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 일정이 14일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몇 가지 크고 작은 의문거리들을 남겨놓았다. 다른 현안들에 대한 우선 보도로 인해 아직 본지를 통해 전하지 못한 내용이다.


○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찍으면 한은 직원들은 월급을 더 받는다?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성과연봉제를 시행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김현미 의원은 중앙은행의 성과연봉제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제도라고 지적하고, 과연 어떤 형식으로 중앙은행 직원들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를 캐물었다.

김 의원은 “발권국의 경우, 돈을 많이 찍으면 연봉을 더 받아가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으나 이주열 총재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유일호 부총리는 어떻게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50% 이하’란 보고를 받았나?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올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질문했다.

유 부총리는 “시장에서는 50% 이내로 보는 것 같은데 저는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주열  총재는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결론에서는 두 사람모두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궁금한 점은 유 부총리가 밝힌 시장의 50% 이하 전망이다.

현재 주요 외신이 인용하는 CME 그룹의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금리 인상 가능성은 80%까지 올랐다. 과연 어떤 경로를 통해 경제부총리가 “시장에서는 50% 이하로 본다”는 정보를 얻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유 부총리는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견해와 같은 예상을 하고 있었다.

부총리 개인의 안목이 탁월한 것인지, 전 세계 대다수 의견과 달리 “시장에서는 50% 이하로 본다”고 보고를 한 정보통이 정확한 것인지 12월15일 새벽(한국시간) 판가름 날 것이다.


○ 이원식 한국재정정보원장에게는 과연 행복한 국감이었나?

기재위의 14일 종합감사에는 7개 소관기관이 모두 출석했다. 차관들까지 합쳐 기관장석에 9명이 앉았다. 이 가운데 유일호 부총리, 이주열 총재,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을 제외하면 발언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저녁 8시 무렵까지 진행됐다.

특히 이원식 한국재정정보원장은 본지 기자가 오후 일정부터 취재를 시작한 이래,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포털 검색에도 이번 국감과 관련한 뉴스가 한 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오늘의 국정감사 일정’ 제외.)

2미터 거리를 두고 앉은 기자가 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표정에는 ‘무료함에 의한 피로’가 역력해졌다. 부실대출 문제로 의원들에게 시달리는 이덕훈 행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14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원식 한국재정정보원장(왼쪽). 본지 기자가 취재한 오후 내내 이원식 원장은 질문을 받은 적도 없고 발언할 기회도 없었다. 재정정보원의 성격상 질문이 오전 시간에만 많았을 곳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사진=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기재위 소관 기관들의 고위직 여성 임용이 부진하다는 질문이 나올 무렵 신속하게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와 이원식 원장에게 쪽지를 전달했다. 질문과 관련한 재정정보원 현황인 듯 했다. 질문을 던진 의원부터 그다지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아 유일호 부총리의 간단한 총괄답변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도 이 원장은 한마디 답변을 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회의실 내 이 원장뿐만 아니라 바깥에서 대기하던 재정정보원 직원들에게는 ‘드디어 뭔가 일거리가 찾아온’ 순간이었던 것이다. 이날 자신들의 기관장을 따라 출석했던 무수한 관계자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장시간 무료한 가운데도 필요한 순간의 민첩성을 유지하는 이런 모습이 많은 사람들이 국감장에 따라오는 이유다.

국감에서 아무런 문제가 지적되지 않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아무 질문도 못 받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에게는 그날 하루가 고역이다. 그렇다면 아예 국정감사에 나오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기관장 개인의 이해일 뿐이다. 직원들에게는 자신의 직장이 국감 대상일 때, 기관의 위상도 높아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질문 없이 앉혀놓는 것이 고문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국회의원들도 알기 때문에, “부동자세로 안 있는다”며 호통 치는 의원은 아무도 없다. 생리현상 해소를 위한 잠깐의 이석도 허용된다. 이걸 핑계로 화장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통화하는 등 행동만 안하면 된다. 국회 구조상 회의장 근처 화장실에서 하는 얘기는 사실상 다 들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섣부른 회의장 이탈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이런 때를 틈타 자세한 질문을 쏟아내려는 취재진이나 다른 이해관계자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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