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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출석하는 '회장님'과 '사장님'의 다른 모습

기사승인 2016.10.13  14: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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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현장] 시선집중 '오너'와 달리 계열사장은 왜 불렀는지 조차 불분명

   
▲ 정회중인 국회 상임위원회의 국회의원석. /사진=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를 취재하던 지난 4일, 의원들의 본질의가 모두 끝나고 보충질의 직전 정회시간이 왔다.

한은의 이날 국감에서 중요한 장면들은 대충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됐다.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이 1997년 외환위기, 즉 ‘IMF 때’와 비슷해지는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한 날이다.

보충질의 때 특별히 다른 얘기가 나올 분위기는 아니라 판단돼, 국정감사 현장인 한국은행을 나와 국회로 향했다. 같은 날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한 감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정무위 국감에는 모 재벌그룹의 회장이 출석했다. 그의 인척이 국회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다면서도 사재는 내놓기 어렵다고 밝힌 며칠 뒤다.

회장은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었다. 기자가 도착하자 정무위도 본질의를 마치고 보충질의를 갖기 전 정회가 선포됐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증인들이 이제 돌아가도 된다고 말했다.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회의장 곳곳에 있던 기자들도 ‘빛의 속도’로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의원들과 회장의 문답만을 받아 적어야 했지만, 이제 기자들이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짬이 생긴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회장이 국회를 떠나기 위해 차에 오르기 전 까지다.

따라나선 건 기자들뿐만 아니다. 회장을 수행한 그룹 사람들이 밀착해서 취재진과의 거리를 떨어뜨렸다. 대여섯 명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냈지만 회장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그룹 사람들은 회장과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타지 못하게 했다.

못 타게 한다고 해서 못 탈 것은 아니다. 이곳은 그룹 본사도 아니고 국회다.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아 상임위 회의장에도 들어가는 기자들이 타지 못할 엘리베이터는 없다. 의원전용 엘리베이터도 12년 전에 철폐됐다. 원칙대로 버럭 소리를 지르면 못 타게 했던 사람들이 머쓱해질 뿐이다.

그래도 회장의 엘리베이터에 억지로 따라 타는 기자는 없었다. 남자 기자 한 사람이 타려는 것을 그룹 사람이 “아유 왜 이래”하면서 말리자 그 기자도 싱긋 웃고 돌아서 버렸다. 굳이 대답 한마디 더 듣는다고 없는 기사가 나올 것도 아니고 잘 알고 지내는 그룹 사람들이 이런 것에 목숨을 거니 그냥 넘어간 듯하다.

하지만 그 순간 두 명의 여기자는 놀라운 상황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때마침 옆의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1층에서 차를 타기 직전의 회장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여기자들이 이곳까지 따라오자 회장은 돌아서서 한마디 소감을 ‘선물’로 남겨줬다.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본지 기자가 한국은행에 가 있는 동안에도 수 십 번 반복했을 법한 발언이었다.

회장이 차를 타고 떠나자, 그룹 직원들은 영화 ‘투캅스2’의 장면처럼 깊게 예의를 표했다.

국정감사 동안 계속 침통했던 회장의 표정은 내려가는 동안에도 내내 편치 않았다. 이 표정 때문에 그룹 사람들은 더욱 더 결사적으로 기자들을 떨어뜨리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벌 계열사 사장이 국회를 다녀가는 모습은 이와 전혀 다르다.

재벌 회장이 직접 출석하는 것과, 흔한 말로 ‘월급쟁이 사장’이 오는 것은 뉴스 비중부터 달라진다.

최근 경영권과 비자금 문제로 뒤숭숭한 그룹의 계열사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다. 회장이 나올 때는 기자들도 몰려오고 의원들도 눈에 띄는 질문을 하려고 부심하지만, ‘월급쟁이 사장’은 전혀 다른 대접을 받는다.

회의장 한 구석에 ‘증인석’이란 팻말이 놓였고 그는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채 하루 종일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자신만을 위한 팻말 때문에 그는 다른 자리로 옮겨앉지도 못했다.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있는 동안 세 차례 질문을 받았다.

정회 시간에 ‘돌아가도 좋다’는 위원장의 허락을 받자, 그는 마치 학교 수업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초등학생 같은 밝은 분위기로 회의장을 나섰다.

회의 내내 기자로 보이는 사람은 한 두명에 불과했다. 본지 기자가 그를 따라간 것은 회사에 관련해서가 아니라 질문 세 번만 받고 8시간 앉아있던 소감이 궁금해서였다.

앞서 소개한 회장의 많은 수행원들과 달리 그는 한 사람만이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 수행원은 본지 기자가 접근하는 것을 말릴 의사도 전혀 없어 보였다. 방금 풀려난 사장은 돌아가게 돼서 정말 기분이 좋았는지 “못해보던 경험을 해서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갔지만, 그는 최근 그룹에 대한 당국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주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장경순 기자 sixyellow@naver.com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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