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요금 인하 망설이는 숨겨진 이유 후련하게 밝히고 국민 이해 구해야

▲ 서울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시민이 전기 계량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중산층과 서민들이 올여름 '폭탄' 전기 요금 걱정으로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은 높은 이익을 재원으로 '배당 잔치'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큰 마음 먹고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7~9월) 인하하기로 했지만, 중산층과 서민들에겐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도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정부가 추산하는 소비자 혜택은 2000여만 명에 4000여억 원 수준이다. 이는 3개월을 합쳐 한 사람당 평균 2만 원 수준을 깎아 주는 것으로, 전력 피크기인 7~9월 전력 소비를 감안할 때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불만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하다.

이쯤 해서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데도 정부는 왜 '찔끔' 인하에 그쳐야 하는가.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징벌적 수준'이라는 누진제 요금 개편에 정부는 왜 시간을 끌며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나온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전력 요금을 대폭 인하할 경우 전력 소비가 급증해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가 있고, 부자 감세를 가져올 수 있으며 산업용 및 상업용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정부가 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전력 요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실제로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최근 "한국전력 부채가 100조 원 정도 되는데, 가정용 누진제를 개편하면 이익을 맞추기 위해서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지난해 1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올해는 14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기대되지만 이를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정부는 징벌적 요금 부과를 통해 한국전력이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이를 낮추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는 얘기다.

과연 정부가 한국전력의 대규모 영업이익(영업이익률 20%에 육박)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내놓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큰 폭의 전기 요금 인하를 단행할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는 지난 5일 한국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지만, 한국전력 등 비금융 공공기업들의 부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이를 낮춰갈 것으로 주문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신용등급에 충격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찔끔' 전력요금을 개편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말 현재 107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이익을 통해서 거둬들이는 법인세 등 부수입도 짭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초 한국전력은 지난해 이익을 바탕으로 법인세 3조 원을 국세청에 납부했다.

이는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거둬 들인 세금과 맞먹는 수준으로 정부 세수 증가의 든든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국전력의 배당금으로 1조여 원을 벌어들여 산업은행의 적자 보전과 정부 재원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한국전력은 이런 성과를 정부로부터 인정 받아 임직원 성과급으로 3600여억 원을 사용하는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직원은 1인당 평균 1720만 원씩, 사장은 1억 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받았다.

또한 직원들이 과도한 해외 연수 비용을 지불하고 접대비 지출, 복지혜택 등 도덕적 해이 사례도 불거지면서 한국전력에 대한 질시의 눈초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감독당국이 한국전력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확실하면서 솔직하게 밝혀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솔직한 고백(?)을 통해 가정용 누진제 전기 요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국민인들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정부와 한국전력도 매년 되풀이되는 폭탄요금 때문에 더 이상 원성을 들을 필요가 없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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